나의 자서전 <인생1막>

봄날 2012. 11. 12. 19:57 Posted by 낭만기타리스트

<변명하지 말자>  -강수환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그시절은 그저 음악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계획 또한 하지 못한 채 부모님 밑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래도 인문계고등학교는 가야겠다 싶었는지 중 3학년 때 조금 노력했던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대학입학 시즌에 과를 정할 때는 남자는 국립대 공대에 가면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뿐이었다 난 내 전공에 관한 관심이나 흥미가 전혀 없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사나이답지 못했다. 내 인생을 내 것처럼 쓰지 않았다. 20대 첫 젊음을 청춘을 물 흘려보내듯 펑펑 쓰고 말았다. 대신 그동안 억눌러왔던 음악활동들을 해나갔다.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내게 위안을 준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내 인생에 첫 의미 있는 일이었다.
너무 즐거웠다.


1년 뒤 군 입대를 하고 이 시기에 내 인생의 전환점에 서게 된다.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한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처음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일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엄청난 기회가 되었다. 문병장 김병장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나 자신의 살아온 역사에 대해 후회하면서 또 전역 후 내 앞에 놓여 있는 내 현실에 나 자신이 불쌍해 이상하게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렇듯 내 자아 형성은 상당히 늦은 나이에 생기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전역과 동시에 재수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두려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서웠다.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최고가 돼보자 다짐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내 나름의 목표를 세웠다. 졸업하기 전 4.5점 장학생 돼보기! 그때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복학 후,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야 했다 치열하게 미친 듯이!! 여태껏 대충 살아온 내 인생을 향한 반성이었고 내 존재와 내가 살아가는 시간의 이유를 생에 처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 과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는 없었다. 레포트는 전날 남의 것을 보고 하기 일쑤고 매일 이어지는 술잔치와 피시방 행진에 그들과 내 생활,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 사고 내 생각을 드러내고 공유할 수가 없었다. 난 목표가 있었기에 내 주변의 환경이나 친구들 속에서는 제 혼자 잘난 채 하는 놈으로 유별난 것이 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 극성스럽게 발표준비를 할 때도 시험 공부를 할 때도 좋은 친구들을 곁에 둔 덕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보다 더 잘난 것도 아니다. 학점 높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더 완성된 사람도 아니다. 단지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주관적인 관념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인생이 있다. 그것을 나는 인정한다. 단지 그들과 나 다른점은 난 졸업하기 전에 꼭 4.5점을 따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인생과 꿈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 조금 안타깝다.
(그래도 4학년 2학기 때 인터넷 블로그에 이런 내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듯한 블로그를 발견했고 그때 비로소 인터넷상이었지만 꿈에 대한 소통을 그 블로거와 처음 했던 거 같다. 너무 짜릿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다 보니 억지 공대인생에도 재미가 붙었다. 프로그래밍과 영어가 재미있었다. 또 열려있는 학문의 장인 대학이란 곳에서 공대의 정해진 커리큘럼은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정말 관심있던 음악이나 미술, 문학에 대한 수업을 통해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시원함을 느끼며 공부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함께했던 밴드생활로 스트레스도 풀어가며 미래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너무 안일하게, 너무도 안일하게 내 인생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 돼야 할 4.5라는 놈이 인생 최대 목적이 되어 갔고 그 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 숫자에 집요하게 매달린 채 점점 이뤄져 가는 목표에 만족하며 현실에 안주해 버렸다. 전역하고 4학기 뒤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곤 내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다.


졸업을 했다. 공학사로서 학술적 결과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단순 암기식으로 된 내 지식은 학점이라는 숫자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었다. 웃기게도 공대생인 난 영어에 관심이 많아 영어와 관련된 직무로 취직했다. 본질적이지 못하고 취업이라는 피상적인 것만 쫓다가 또 대입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진로를 정해버린 것이었다. 진정 찾아야 할 나의 길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아무 의미도 없는 모든 과목 A+에 목숨을 건 채 그것을 이뤘다는 것에만 위안 삼고 내 진짜 인생을 위한 준비는 소홀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주체적이지 못한 채 정해버린 공학의 길, 그 연장선, 모든 요인 때문에 다시 고등학생 때 처럼 아무 미래가 없이 인생을 버리는 시기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민이 많았다. 중간에 그만두는 놈, 끈기없는 놈이란 말도 듣기 싫었다. 그리고 다시 하기엔 무엇보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 희생해야 하므로 이 익숙함을 깨려는 용기가 또 나지 않았다. 그때 전역하고 용기가 나지 않아 재수는 엄두도 못내고 현실을 받아들인 수동적인 삶을 선택했던 내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두 번 실수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진정 가슴 뛰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지금이라도 진정 내가 원하는 인생으로 바로 잡아야겠다. 일이 곧 즐거움이고 내 꿈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 직장을 뿌리치게 되었고 20대, 사직서를 쓰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참 멀리 돌아온 것 같다.


모든것을 버리고 다시잡은 황금같은 기회를 또 아깝게 날려 버릴 수 없다.
다행히 난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다. 내 인생을 보내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가슴 두근대는 길을 찾았다.
뒤늦게라도 이 길로 나아갈수 있음에 감사한다.
난 뒤늦게 나의 인생을 찾아 돌아온 우둔한 놈이지만 노력하면 안 될 것은 없다는 것을 학창시절 또렷이 증명해 보였다. 
지금 난 미친 듯이 준비한다. 아직 내 미래에 바닐라 빛 하늘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한 아픔 없는 승리는 없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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